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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이메일 경험, 슈퍼휴먼

슈퍼휴먼 사용기 / 월 30달러짜리 이메일 앱, Is it worth it?

이메일 확인하는데 월 30 달러, 당신이라면 내겠습니까?

슈퍼휴먼은 지금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핫하고 가장 특별한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제품은 자율주행도, 전기자동차도 아니고, AI, 머신러닝도 아니다. 그렇게 핫한 기술이 아니다. 그 대신에 그들의 제품은 90년대에 세상 빛을 처음 본 이메일이다. 슈퍼휴먼은 월 30달러짜리 초고가 이메일 서비스 회사다. 인공지능이 이메일을 대신 써주는 것도 아니고 (albeit 이런 기능이 머지않아 슈퍼휴먼에 달리지 않을까), 정말 쉽게 말해서 이메일을 쓰고, 읽고, 보내는 정도를 제공하는 이메일 클라이언트 회사다.

슈퍼휴먼은 아무나 쓸 수 없다. 홈페이지에 가입을 신청해 놓으면, 대기 명단에 든다. 순차적으로 가입 승인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이미 슈퍼휴먼을 구독하고 있는 고객의 소개를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도 마음대로 못하고 돈을 준다고 해도 마음대로 못하는 제품을 당신은 월 30달러를 (연간 $360…!!) 꼬박꼬박 내고 구독하겠는가?

나는 운이 좋아서 약 2주 전쯤에 슈퍼휴먼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슈퍼휴먼에 가입하고 온보딩부터 2주간 써보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봤다.

이메일은 유틸리티다.

세상에 이메일 같은 commodity가 또 있을까. 디지털 시대에 이메일은 전기나 수도와 같은 유틸리티다. 매일 3천억 개에 달하는 이메일이 보내지고 있고, 많은 IT기업이 기본 서비스로 이메일을 무료에 제공하고 있다. 이메일은 오늘 우리가 서로 소통하는데 쓸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도구이며 또 동시에 정말 누구나 쓰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런 이메일을 “잘”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가치를 제공할까?

구글이 제공하는 Gmail 로도 충분치 않았던가? 쉽고 간편한 이메일 솔루션으로 여태껏 Gmail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실제로 “구글”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서비스이기도 하다. 슈퍼휴먼은 Gmail을 상대로 본질상 같은 제품을 내놓았다. 정말 안일하게 그저 ‘더 나은 Gmail’을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슈퍼휴먼은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도구다.

슈퍼휴먼은 Gmail과 본질상 수행하는 유틸리티는 같을지 몰라도, 제품의 접근 방식, 유통 방식 및 경로, 타겟 고객층 등 다양한 부분에서 너무나도 다른 이메일 도구이다. Gmail이 누구나 쓸 수 있고, 모두를 위한 도구라면, 슈퍼휴먼은 아무나 쓰는 도구가 아니고, 오직 “특별한” 사람들만 쓸 수 있는 도구다. (내가 특별하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운이 좋아서 써볼 수 있게 됐다)

‘인박스 제로’는 이메일을 자주 쓰는 사람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루고자 하는 공통적인 목표다. 슈퍼휴먼은 바로 ‘인박스 제로’에 도달하는데 가장 빠른 도구를 제공한다. 슈퍼휴먼은 다른 여느 이메일 클라이언트와 접근부터 다르다. 인박스 제로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슈퍼휴먼의 타겟 고객이 아니다. 받은 편지함에 쌓여있는 이메일 수가 3~4자리 숫자 이상이라면 역시 슈퍼휴먼의 타겟 고객이 아니다. 슈퍼휴먼은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도구다. @yahoo.com, @naver.com, @hanmail.net 을 업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고객으로 받아주지도 않는다. 슈퍼휴먼은 다르다. 그리고 다른 걸 원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를 충실히 충족시키는 마케팅 머신이다.

 

이메일은 대체될 기술이 아니다.

슬랙, 아사나, 잔디 등은 현대인의 직장생활 중 1/3은 이메일 답장하는 데 드는 시간이며, 이 시간은 쓸데없는 시간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슬랙, 아사나, 잔디 등은 이메일을 대체하는 접근을 택하고 사람들이 최대한 이메일을 보지 않아도 되게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메일을 보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슬랙, 아사나 보다도 이메일을 훨씬 더 많이 쓰기도 한다. 여태껏 수많은 시도가 있었음에도 이메일은 대체되지 않았다. 태블릿이 종이와 연필을 대체하지 못한 것과 같은 선상에 있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슈퍼휴먼은 이메일을 대체하지 않는다. 이메일을 더 잘 쓸 수 있게 도와준다. 모두를 위한 제품이 아니다. 오직 이메일을 잘 써야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그들의 타겟이다. 그래서 이메일을 잘 쓰는데 큰 돈을 낼 만한 여지가 있는 사람들만이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가입조차 하지 못한다. 그 흔한 14일 체험 기간도 없다.

 

슈퍼휴먼 온보딩 – ‘합격’해야만 하는 쓸 수 있는 유료 제품

슈퍼휴먼의 온보딩은 여태껏 내가 경험했던 그 어떤 SaaS의 온보딩보다 훨씬 더 특별했고, 재밌었고, 달랐다. 슈퍼휴먼의 온보딩은 크게 아래의 절차로 이루어져 있다.

  • 가입 승인 이메일과 동시에 워크플로우 서베이
  • 워크플로우 서베이 확인 후 최종 온보딩 승인 여부 결정 및 통보 (승인 or 거절)
  • 슈퍼휴먼 직원과 1:1 화상통화 (Zoom)

 

가입 승인 이메일과 동시에 워크플로우 서베이

가입이 승인되었다고 이메일로 연락이 온 다음에는 내가 슈퍼휴먼의 타겟 고객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긴 워크플로우 서베이를 작성해야 한다. 말이 서베이지, 조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시험에 더 가까웠다.

여기에서 짐작건대 대부분의 고객층이 가입을 ‘거절’ 당한다. 슈퍼휴먼을 잘 쓸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고객으로 모실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거절당하는 고객들은 이메일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 혹은 효율적으로 쓰지 않는 사람들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받은 편지함에 읽지 않은 이메일이 수천 개인 사람, 여러 개의 계정을 한 번에 모아서 보는 사람, Gmail/Gsuite을 쓰지 않고 Outlook이나 Yahoo, Comcat, AOL 등을 쓰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개발이 덜된 것도 있겠지만 (Outlook 같은 경우나 아니면 자체 메일 서버를 두는 enterprise 이메일 계정들[예: @ibm.com 이라던지, @walmart.com 이라던지]은 개발이 덜된 것일 거다), 기본적으로는 슈퍼휴먼이 말하는 best practice에 부합하지 않은 고객층은 거절하기 위한 절차다.

워크플로우 서베이에서 승인이 나면 그다음에는 최종 온보딩 절차인 1:1 화상통화를 진행한다. 1:1 화상통화를 스케줄 하면서 동시에 내 크레딧 카드 정보를 받는다.

 

슈퍼휴먼 직원과 1:1 화상통화 (Zoom)

그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4일이나 지나서야 미팅을 할 수 있었다. 미팅은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고, 사전 준비사항으로는 크레딧 카드 정보를 미리 입력해놔야 하고, 슈퍼휴먼 데스크톱 앱, 모바일 앱, 아이패드 앱을 미리 설치해야 한다. 미팅이 시작되자마자 크레딧 카드에서 30달러가 결제됐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미팅이 시작되었다.

미팅에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 내 현재 이메일 사용 방법을 슈퍼휴먼 직원에게 알려주고, 코칭 받기
  • 전체 제품 온보딩 투어
  • 단축키 설명 & 같이 연습해 보기
  • 핵심 기능들 설명 & 연습해 보기

온보딩이 재밌다고 느껴졌던 것은 슈퍼휴먼 직원에게 내가 지금 이메일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이메일을 아카이빙하고 삭제하고, 받은 편지함에 두는지 설명하게 했다는 점이었다. 직원은 나보고 데스크톱과 모바일 화면을 공유하라고 시킨 뒤, 내 이메일을 열어서 나보고 평소와 같이 이메일을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는 나의 설명과 습관들을 잠자코 보더니 안 좋은 습관들을 지적하고, 이메일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얘기해주었다. 그리고 슈퍼휴먼이 왜 그런 안 좋은 습관들을 고치고 이메일을 훨씬 더 잘 쓸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도구인지 제품 투어를 통해 보여주었다. 그 직원이 내게 보여준 기능들과 더불어 내가 2주간 써보며 많은 기능 중에 가장 핵심적이고, 내가 이 부분은 정말 다른 경쟁사와 다르다고 느낀 부분들을 정리해봤다.

 

Beautiful UI

슈퍼휴먼만큼 예쁜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나는 슈퍼휴먼을 쓰기 전까지는 Spark라는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사용했는데, Spark도 충분히 좋고 예쁘지만, 슈퍼휴먼의 UI를 넘을 수는 없었다. 슈퍼휴먼의 UI는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 본질이 UI보다 앞선다고는 하지만, UI를 무시할 수 없다. 예쁜 제품은 같은 기능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당연히 우선적으로 선택 받는다. SAP와 오라클이 “모든 것”을 다 해준다고 약속하는 데도 새로운 프로덕트들이 많이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SaaS의 시대가 오게 된 것은 바로 prosumerization 때문이다. 비즈니스 툴을 사용하고 구매하는 사람도 역시 소비자다. 이전에는 CIO만 설득하면 됐다. 구매자와 사용자가 달랐다. 이제는 아니다. 이제는 사용자가 구매한다. 그렇기에, 화면을 보기에도 내가 일을 잘할 것 같이 안 생겼다면, 구매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Keyboard Shortcut

단축키는 원래 Gmail이 훨씬 오래전부터 제공한 기능이었고, 대부분의 사람은 Gmail 단축키의 수준에 충분히 흡족해하며 사용했다. 슈퍼휴먼은 Gmail의 단축키조차도 complacent 하다고 판단했고,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단축키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다.

Advanced User가 아니더라도 쉽게 학습하고, 익숙해질 수 있는 단축키 시스템

슈퍼휴먼이 Gmail이나 다른 이메일 클라이언트 앱들보다 훨씬 더 잘한 부분은 바로 단축키 사용의 허들을 낮춘 것이다. 슈퍼휴먼에서는 단축키 사용을 강요하다시피하고 있다. 하지만 단축키를 사용하는 것이 실제로 가치를 제공하고, 유저도 그것을 온보딩 시점부터 체험했으므로 유저들은 크게 불만이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유저는 온보딩에서 직원과 함께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연습을 하게 되고, 재미를 느껴 일부러 단축키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단축키를 모르더라도 그때그때 Cmd + K를 눌러 전체 커맨드 센터를 불러올 수 있다. CMD+K를 누르고 내가 원하는 액션을 ‘검색’하면 된다. 물론 그 옆에 단축키를 알려준다. 다음부터는 단축키를 쓰면 된다고.

슈퍼휴먼이 더 잘한 또 다른 부분은 사용자가 단축키를 쓰고 싶게 적절히 화면상에서 nudge 하는 것이다. 슈퍼휴먼에서는 마우스로 무언가를 클릭할 때마다 제품 하단에 작게 모달(modal)이 띄워진다. 방금 한 마우스 클릭의 단축키를 알려주면서 다음부터는 단축키를 쓰라는 메시지다 (슈퍼휴먼이 정말 대단한 것은 내가 단축키가 익숙해졌다고 판단한 다음부터는 이 모달(modal)을 띄우지 않기 시작했다). Gmail의 단축키가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그걸 공부하지 않고서는 쉽게 단축키를 활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Gmail은 애초부터 단축키를 잘 쓰는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advanced 된 기능이다. 슈퍼휴먼은 Gmail과는 다르게 마우스에 익숙한 사람들조차도 반복적으로 단축키에 관한 넛지 메시지를 받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단축키에 익숙해지는 것을 의도했다.

나는 단축키라고는 기본적인 (R- Reply, E- Archive, C- Compose, F- Forward) 단축키를 제외하고는 잘 쓰지 못하는 초보였다. 하지만 슈퍼휴먼은 나 같은 초보라도 반복적인 학습과 지속적인 넛지를 통해 1주일 남짓 만에 단축키를 쓰지 않고는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되려 불편해진 유저로 만들어 주었다.

 

Constraints Inspire Creativity & Pre-defined Best Practice

슈퍼휴먼은 이메일을 잘 쓰는 제일 효율적인 방법을 (best practice) 먼저 정의했다. 그리고 그 best practice에 맞춰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을 만든 뒤엔 유저에게 제일 효율적인 방법을 ‘강요’했다. ‘이것이 이메일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이고, 너는 (유저) 이대로만 써야 제일 빠르게 Inbox Zero에 도달할 수 있어’를 implicit 하게 전달한다. 그 예시로는 바로 새로 고침 (refresh)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지금 봐야 할 이메일을 다 봤는데도 계속해서 이메일 클라이언트에게 푸쉬(push)를 강요하도록 모바일에서는 인박스를 밑으로 밀어 당기거나 데스크톱에서는 Cmd+R를 누르게 된다. 높은 효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악습관이다. 시간 낭비는 물론 그 강박으로 인해 밀려오는 cognitive fatigue는 생각보다 크다.

 

악습관 지속을 유도하는 기능은 과감하게 제외한다.

슈퍼휴먼은 이를 “bad habit”으로 지정하고 아예 기능에서 “새로 고침”을 제외해버렸다. 슈퍼휴먼 모바일 앱에서 아래로 당겨 새로 고침을 시도하면, 새로 고침대신 검색창이 나온다. 이게 처음에는 새로 고침이 안되어서 정말 불편하고 번거로울 정도였는데, 슈퍼휴먼을 1주일간 쓰면서 이게 없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이득인지 깨닫게 되었다. 우선 이메일 앱을 광적으로 들어가서 새로 고침을 강행하는 악습을 고칠 수 있었고, 이메일에 대해 갖고 있던 강박을 덜게 되었다.

Star/Pin

또 다른 예시는 바로 ‘star/pin’ 이메일의 사용 방법이다. 나는 슈퍼휴먼을 쓰기 전에 pin된 이메일이 늘 3~40개씩 쌓여 있었다. 오는 이메일마다 나름의 중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쌓아두다 보니 결국 수십 개가 쌓여 정작 중요한 이메일 들을 다시 읽을 동기를 절하시켰다. 유저마다 중요 메시지를 pin 하거나 star 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제각기 다르지만 온보딩에서 이 부분을 직원과 함께 논의하면서 슈퍼휴먼을 쓰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바로 정말 “중요한” 이메일, 그러니까 몇 번이고 다시 봐야만 하는 이메일만 pin/star 하게 한다. 그렇지 않은 이메일 들은 아카이빙을 하거나, 혹은 레이블링을 통해 다른 곳에 저장하게 한다. 예전에는 3~40개씩 쌓여 있던 “중요한” 이메일들이 이제는 2~3개로 줄었다.

원칙: “한번에 하나씩”

마지막 예시는 바로 ‘한 번에 하나씩’이라는 슈퍼휴먼만의 원칙이다. 슈퍼휴먼의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한 번에 하나의 정보만을 확인하고 액션을 취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서 멀티태스킹을 지양한다는 얘기다. 멀티태스킹은 인간의 생산성과 집중력을 저하하기 때문이다. 업무상 여러 개의 이메일 계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여태껏 많은 이메일 서비스들은 여러 개의 받은 편지함을 한 편지함에서 모아 볼 수 있게 해주는 통합 인박스 기능을 제공했다.

 

물론 ideally 좋은 기능일 수 있다. 하지만 용도가 다른 이메일을 모아 본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이 분산된다는 것이다. 업무 이메일과 개인 이메일을 한꺼번에 모아보면 당연히 한쪽으로 인해 다른 한쪽을 덜 신경 쓰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모아볼 경우 새로운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할 때 잘못된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걸 제품 선에서 차단해버림으로 슈퍼휴먼 유저는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해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더 효율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또한 한 인터페이스에서 여러 가지 액션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정보를 볼 수 있게 되면 되레 해야 할 일 (예: 중요한 이메일 보내기)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슈퍼휴먼은 ‘의도적으로’ 한 이메일을 열람하고 있으면 다른 이메일을 볼 수 없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유저들이 최대한 빠르게 인박스 제로에 도달할 수 있게 했다.

 

Social Media Profile

슈퍼휴먼은 발신하거나 수신하는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로 웹에서 찾을 수 있는 많은 정보를 모아서 오른쪽 패널에 보여준다. 파운더나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 이런 타겟 고객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더 효율적이고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기능 자체는 슈퍼휴먼의 CEO인 라훌 보라 (Rahul Vohra)가 링크드인에 몇 년 전에 매각한 Rapportive라는 Gmail 익스텐션 툴이다.

 

Mail Tracking (pixel tracking)

수신자가 내가 보낸 메일을 읽었는지, 언제 읽었는지, 어느 기기로 읽었는지를 픽셀 단위에 작은 이미지를 삽입해서 remote image loading을 통해 발신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은 이메일 클라이언트 시장에서는 전혀 새로운 기능이 아니다. 아주 많은 이메일 사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기능이며 “table stakes” (사업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기능)이다. 예쁘고 깔끔한 UI로 유명한 Polymail도 이메일 트랙킹 기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용자 수를 크게 늘렸고 지금도 누가 읽었는지 확인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유료 기능이다.

슈퍼휴먼에서는 우선 이메일 트랙킹을 디폴트 기능으로 제공한다. 다만 슈퍼휴먼이 남들과 다르게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굉장히 subtle 하다. 내가 이메일 업무를 처리하는데 강박적으로 메일 트랙킹을 확인 안 해도 되게 하는 UX/UI를 갖고 있다. 일례로 Polymail과 같은 다른 이메일 클라이언트들은 대게 수신자가 이메일을 읽으면 그 즉시 발신자에게 “수신자가 이메일을 읽었다”는 푸시 노티를 보낸다. 이메일을 자주 사용하는 유저라면 이게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지 알 것이다.

 

Subtle한 차이지만, 고객에게는 크게 다가오는 부분들

“Done” is better than “Archive”

이메일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아카이브” 폴더가 슈퍼휴먼에서는 “Done”이다. 아주 미묘하지만, 고객에게는 다르게 다가온다. “Done”이라는 표기 방식은 내가 이메일을 “읽고, 처리했다”를 인지할 수 있는 심리적 trigger로 쓰인다. 그래서 계속해서 읽지 않은 이메일을 읽던지, Remind 받든지 해서 “끝내기를” 넛지하는 것이다.

Multi calendar integration

슈퍼휴먼의 타겟 유저는 파운더, 세일즈, 임원,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캘린더가 보편적으로 ‘여러 개’다. 업무와 개인 스케줄을 따로 관리해야 하고, 속해 있는 조직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보니 캘린더를 여러 개를 쓴다. 따라서 한 번에 하나의 캘린더만 보여주는 인터페이스는 그들에게 아예 “쓸 수 없는” 기능이 되어 버린다. 내가 새로 일정을 추가해야 하는데, 캘린더가 동시에 보이지 않는다면, 캘린더를 integrate하는 의미가 없다.

슈퍼휴먼은 다중 캘린더 연동을 지원한다. 아직까지는 내가 쓰는 advanced 캘린더인 Fantastical 2 같은 제품들보다는 기능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캘린더 분야도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퍼휴먼 유저가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화면

다른 이메일 서비스와는 다르게 모든 슈퍼휴먼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보는 화면이 있다. 바로 인박스 제로 상태인데, 늘 같은 화면을 보고 있자면 제품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덜 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슈퍼휴먼은 고퀄리티의 아름다운 사진들을 인박스 제로화면으로 넣었다. 이 사진들은 하루에 두 번 정도 바뀌는 것 같다.

 

Snippet – 자주 보내는 이메일을 템플릿화 하기

여담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제품이름을 바꿨다. It’s now Pixelic.io.

Snippet 기능은 자주 보내는 이메일을 템플렛화해서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단축키 (Cmd+;)로 불러서 바로 이메일 draft를 생성하는 기능이다.

며칠 전 한 E-Book PDF 카피를 공유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이 요청해주셔서 이 기능을 잘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메일을 다 긁어서 전체메일 (BCC) 로 할 수는 있었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개인 이메일에서 직접 보내주는 게 더 좋은 ‘경험’이라 판단했다.

200명 가까이 신청해주셨는데, 일일이 다 이메일을 작성하려면 엄청 오래 걸렸을 것이다. 슈퍼휴먼의 Snippet 기능을 활용해서 약 1분에 5~7명의 요청을 처리했다.

 

Branding

두말할 것도 없이 슈퍼휴먼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남들은 갖지 못하는데 나는 갖는다’가 가진 social currency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 제품이다. 이런 점이 많은 사람을 (나를 포함해서) 계속해서 월 $30씩 지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들이 약속하는 것들을 전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나는 매일 인박스 제로에 도달하고 있다. 이전까지 그 어떤 이메일 서비스를 사용하면서도 성취하지 못한 일이었다.

또 작지만 ‘남들은 갖지 못하는데 나는 갖는다’와 같은 소셜 커런시를 미묘하게 잘 알릴 수 있는 부분은 이메일 시그네쳐 밑에 “Sent from Superhuman”을 둘 수 있는 옵션이다. 원조 growth hack (핫메일)로 잘 알려진 이 작은 문구는, 사람들이 보내는 이메일마다 슈퍼휴먼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된다. 나의 경우 원래 같았으면 이걸 지워버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두는 이유는, 내가 슈퍼휴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나는 일에 투자하고 있고, 일을 잘하고 싶고, 일을 실제로 잘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결론은 없지만, 결론을 내보자면 나는 계속해서 슈퍼휴먼을 쓸 것 같다. 비싸지만, 나는 슈퍼휴먼보다도 더 비싼 구독료를 내고도 다른 서비스를 쓰고 있고 월 $30에 내 인박스가 늘 깨끗할 수 있다면 제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메일 보내는 일이 즐거워졌다. 정신승리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어쨌든 내 생산성을 높여 주는 것은 확실하니까.

슈퍼휴먼을 써보니 이것 외에도 엄청나게 다양하고 많은 기능이 숨어져 있더라. 앱 내에서 단축키만으로 결제정보를 수정한다든지, 다크 모드, 온보딩 후 하루에 하나씩 숨은 기능들을 알려주는 이메일이라든지, 너무 좋은 기능들이 많아서 하나씩 다 쓰고 싶었지만 그러면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아서 생략해둔다.

더 많은 정보가 알고 싶다면:

https://www.nytimes.com/2019/06/27/technology/superhuman-email.html

https://techcrunch.com/2019/06/27/my-six-months-with-30-month-email-service-superhuman/

https://www.acquired.fm/episodes/superhuman

https://a16z.com/2019/06/27/superhuman/